닉네임 그리고 고양이 단상들

'키바'는 아주 오래된 닉네임이다. 열여덟살때쯤? 그냥 이름으로 불리기 싫어서 닉네임을 지었고, 마침 닉네임으로 서로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가 생겨 이름처럼 익숙해졌다. 키바는 그 시기에 좋아했었던 만화작가 이시영의 단편집 <새빨간 거짓말> 마지막 이야기에 나오는 로봇의 이름이다. (나루토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이 아니다!!) 만화 결말에는 죽던가 그랬던 것 같다. 꽤 슬펐었나? 아직 책꽂이에 있으니 시간이 될 때 다시 읽어 봐야지(라고 매번 생각하지만 결국을 펼쳐보지 않는다.) 하여튼 그렇게 익숙하게 칭하고 불렸기 때문에 닉네임을 쓰는 일을 시작하게 됐을 때 별로 고민하지 않고 '키바'라고 계속 쓰게 되었다. 그렇게 20대 중반이 되도록 '키바'는 나의 이름이나 다름없었고, 스물 여섯살 여름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오게 된 것이다.

그 고양이는 '유기동물보호센터' 정도의 이름으로기억되는 한 웹사이트 게시판에 올려져 있었다. 옥상에서 밥을 주던 길고양이가 낳은 여러 마리 새끼들 중 한 마리였다. 7호선 군자역에 가서 데리고 왔기 때문에 어설픈 작명 센스를 발휘해 '군자'라고 부르려 하였으나, 동생이 키바를 거꾸로 한 '바키'라고 부르자고 했고 어두운 느낌의 군자보다는 내 이름이랑도 관련 있는 것이 좋겠다 싶어 고양이 이름은 바키가 되었다. 내가 벌써 서른 두 살인가. 바키랑 함께 산 지도 벌써 햇수로 7년이구나!

그동안 의정부, 무주, 서울, 전주 등지로 주인 닮아 여기 저기 옮겨 다니느라 고생한 우리 바키. 아주 멀리멀리 떠나고 싶다가도 이친구 생각만 하면 가슴이 미어지지 내가.

작년 12월 말부터 까망이라는 녀석과 동거를 시작하면서 몸도 고생(링웜이 옮았다!) 마음도 고생일테지만 의젓하게 잘 지내주고 있는 우리 바키. 내가 많이 사랑해.

'이키바키'라는 이 닉네임은 하여간 이런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앞에 붙은 '이'는 물론 내 성이다.
재밌을 줄 알았는데 기승전내고양이자랑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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